동포 소그룹, 변화의 현장으로 초대한다!

서영희 목사(한중사랑교회)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 중 다수가 중국 동포다. 이런 동포들을 대상으로 세워진 교회가 한중사랑교회다. 동포들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해 피붙이를 떼놓고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해 살고 있기 때문에, 돈 이외의 것에 시간을 투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대한민국 전역을 다닌다. 오늘은 경상도 내일은 전라도, 전국을 일주하면서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기 어려운 유물론적 사관이 삶의 배경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성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하는 교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생각이요, 하나님은 역사하셨다. 2001년 2월 4명의 성도와 한중사랑교회를 세우신 하나님은 12,000명의 등록교인이 있는 교회가 되도록 지금까지 이끌어 오셨다. 이런 부흥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소그룹이다. 한중사랑교회의 소그룹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그룹을 통해 부흥하다 신앙생활의 가장 큰 적은 영적 교만이다. 신앙의 연륜이 말씀에 대한 지식이 우리를 이런 함정으로 쉽게 이끌어 간다. 아는 말씀이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을 극복하고, 생명력 있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면서 소그룹을 도입했다. 소그룹을 통해 나 스스로 깨달은 은혜가 많기에 이런 방법으로 우리 성도들에게 예수님을 알게 하라라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단지 적은 숫자가 모이는 것이 아니라, 소그룹의 정신이 살아 있는 소그룹이 될 때, 많은 성도들이 말씀으로 삶을 나누며 말씀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생명력 있는 현장이 될 수 있다. 이런 소그룹을 통해 일반화, 일체감, 카타르시스 등을 느끼며, 우리의 생활이 주님과 연합해야 교회 생활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소그룹을 하기에 한중사랑교회의 현실이 막막했다. 성도들이 한국에 잠깐 다니러 온 외국인 근로자였기 때문이다. 한자리에 있지 않는 성도들, 매주 모일 수 없는 성도들, 주일이 아니면 시간이 나지 않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소그룹을 하며, 예수님처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전할까? 여간 고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셨다. 현재 한중사랑교회는 제자훈련 10기, 사역훈련 7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일에 할 수 없는 구역모임을 주일 예배 후 식사를 하면서 갖고 있다. 이런 특이한 환경과 방법으로 목회를 하고 있지만, 하나님 나라의 은혜와 열매는 그 어느 교회보다 풍성하다.

소그룹의 실제, 교구 모임 주일 예배 후 모든 성도들은 교구별 모임을 갖는다. 훈련받은 교구장이 중심이 되어 식사 후 함께 교제를 나눈다. 마음을 여는 일상 대화 후에 정해진 순서대로 말씀을 나눈다. 주제는 그날 설교 본문이다. 금방 들은 설교 말씀을 가지고 일주인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귀납적 방법에 따라 서로 나눈다.
여럿이 한꺼번에 모여 앉아 있는 환경이라서 심오한 문제보다 믿음의 근간이 되는 문제, 생활에 밀착된 문제들을 나누도록 한다. 교구장(다른 교회의 구역장에 해당)들은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오늘 이끌어갈 교구 모임 교재로 학습을 한다.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강조해야 하는 문제, 쉽게 넘어 가는 문제, 한두 사람에게만 질문하고 관찰하고 넘어가는 문제, 모두에게 질문해 결단과 결심을 이끌어 내는 결론에 해당하는 문제에 관해 자세한 지도를 받는다.
그리고 교구장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배우게 되고, 교구 모임을 잘하는 활동 동영상을 예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해도 지도자들이 소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확실한 지도를 받고, 각 소그룹 현장에 투입된다.
중국 동포들이 산앙생활을 하는데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공산당 신앙이다. 공산당 신앙이라는 특이한 우상에 젖어 있는 성도들이 이것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먼저 믿은 선배들, 중국에서 지서나 간부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간증을 이끌어 내는 교구 모임을 통해 공산당 신앙을 버리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신앙은 하나! 오직 하나님만 믿을 것을 결단하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소그룹 교재에는 각자의 간증과 경험을 나누는 항목이 있다. 이를 통해 각자의 신앙생활을 털어놓게 되고, 이런저런 어려움이 일반화 현상으로 나타날 때, ‘나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고, 나도 저렇게 이겨낼 수 있구나’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일들이 나타난다.
또한 동포들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피고용인의 입장에 있다. 따라서 소그룹은 억울한 일, 힘든 일을 다 털어 놓는 현장이 되기도 한다. 신기한 것은 어떤 시간들 가운데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지 않고, 고용인들을 이해하는 자리까지 마음이 열리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일 교구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성도들의 얼굴을 환한 천사와 같이 아름답게 빛난다.

변화의 장, 훈련 소그룹 제자훈련을 통해 막연한 신앙이 확립되어 간다. 제자훈련 교재의 문항에는 항상 각자의 신앙을 확인하며 돌아보는 것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앙을 확인하며 고백하는 그 시간에 모두가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며, 내 신앙이 어디에 멈춰 있고, 결함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막연히 감정적으로 믿는 오류에서 벗어나 지적, 감정적, 의지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
특히 중국 동포들은 중국에서 일방적인 강의만 듣다가 온 사람들이라서 이런 과정에 놀라운 반응을 보인다. ‘재미있다’는 것이다. 누가 코미디언처럼 웃겨서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소그룹의 주체가 되어 직접 참여할 뿐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환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전개되는 교과 과정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20년 이상 교회를 다닌 사람들도 이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처음 하는 신앙생활에 어린아이처럼 겸손하게 임하고 있다.

# 에피소드1 이곳의 성도들은 한국 사람들과 달리, 직설적인 언어를 곧잘 사용한다. 그리고 조금 기분에 안 맞으면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절교를 감행하는 씩씩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제자훈련 교재 중 ‘말의 덕을 세우는 사람’ 주는 단원에서 말에 대한 심판이 있다는 것을 배우며 ‘안 해도 될 말을 하루에 얼마나 한다고 생각하는가?’ ‘상대방에게 말로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모두가 마음을 열고 자신의 언어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 문제 앞에서 가정집에서 일하는 가정부의 경우, 주인한테 말 한마디 못하고 참고 있다가 한꺼번에 터져 쏘아붙이고, 짐 싸들고 나와 버린 사건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억울하고 화가 날 때는 무조건 참아야 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상황을 말해야 하는지 등 각자가 고민이 되는 부분들을 털어 놓고, 서로 나눴다. 그때 지혜로운 말을 통해 상황이 잘 해결되고 더 좋은 관계로 지내게 된 한 집사님의 간증이 도움이 되었고, 그 다음 주에 왔을 때에는 이런저런 일을 이렇게 넘겼다 하는 간증을 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 에피소드2 ‘새 계명, 서로 사랑하라’ 주제 단원에서는, ‘사랑하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가장 찔리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되었다. 어떤 집사님은 ‘남편’이라고 힘 있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순하고, 자기 기분을 늘 받아주니 만만하게 대했다고 한다. 남편만 보면 그렇게 화가 나고 견딜 수가 없어서 집에만 들어가면 화부터 내고, 짜증 낼 핑계를 만들어서 늘 짜증을 냈다고 했다.
그러던 중 그 집사님은 ‘지금 생각하니, 내가 너무 잘못했다’면서 오늘은 집에 가서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남편을 보고 생긋 웃으면서 다가가서 “사랑해 여보”하고 죽을힘을 다해 말했더니 남편이 “당신 미쳤어? 왜 안하던 말을 다하지?” 그러면서 표정이 실룩거렸다고 한다. 아지만 이렇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표현하기 시작한 집사님은 그로부터 1~2년 후 남편을 전도해 교회에 등록시키고, 열심히 봉사하는 일꾼이 되었다.

# 에피소드3 한 집사님은 제자훈련을 마치고 어떤 간증을 했다. 남편이 너무 미워서 대놓고 하는 말, “당신은 어디 나가서 죽어버려.” 그리고 정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가질 정도로 남편을 미워했다. 일은 안하고 매일 아프고, 자신이 힘들게 벌어온 돈을 앉아서 다 쓰고, 그러면서 남편이라고 집에서 무게 잡으면서 사람을 괴롭히는 데는 일등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이면 없는 게 낮지’하고 한숨만 쉬면서 집안에 앉아 있는 원수로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그런데 ‘서로 사랑하라’ 주제 단원에 이르며, ‘남편에게 너무 못할 소리를 했구나’ 반성하고, ‘우리 예쁜 자식들의 아빠인데 내가 좋은 점을 보면 되지’하고 집에 가서 ‘사랑한다’라고 표현하고, 이 결심이 변하지 않기를 예배 때 사람들 앞에서 간증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말하며,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용기를 보인 것이다.
이렇게 화목하게 되고 평안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놀라운 열매들이 제자훈련, 사역훈련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제자훈련을 하게 되면서 돈 때문에 이곳에 온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십일조를 하게 되고, 모두 교구장 혹은 다른 사역으로 교회에 적극적으로 봉사할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삶, 직장에서의 삶이 달라지며 성화되는 제자가 되어간다. 신앙생활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은혜로운 인생이 된다.
그리고 우리 교회에는 사랑의 집이라는 숙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나그네 된 땅에서 동포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숙소를 이용하는 동포들은 담배꽁초도 줍지 않는다. 본받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교회당을 넓히는 일, 교육관을 새로 구입해 리모델링하는 많은 건축 일에 돈을 받지 않고 헌신하는 성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은 지 45년 된 건물을 임대해 막상 들어가 보니, 여기저기 보수할 곳이 너무 많아 애태우는데, 성도들이 나서서 뚝딱뚝딱 교육관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몇 천 만원, 큰돈이 소요되는 일에 손수 몸으로 헌신하는 것이다. 소그룹을 통해 예수님처럼 살아가기를 원하는 제자가 된 것이다. 이렇게 훈련받은 제자들이 각 교구장으로 파송 받게 되고, 교구 식구들을 자신이 몸같이 섬기고 있다. 지금은 104개의 교구로 확장되었다. 나날이 섬기는 지도자가 제자훈련이라는 소그룹을 통해 배출되며, 이들이 또 다른 제자를 섬기며 양육하고 있다.
제자들의 행진은 이로난이 아니다. 중국으로 돌아가서 교회가 드문 곳에 교회를 개척해 예배를 드리고 있는 중국 교구가 두 곳 있다. 한 곳은 십년 넘게 사역을 하고 있고, 한 곳은 지난해 세워졌다. 중국으로 돌아간 성도들의 신앙을 굳게 하기 위해 서로 모여 은혜를 나누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지역에 세워진 교회에 등록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민들레 홀씨처럼 눈에 누이진 않으나 중국 전역에 흩어진 우리 성도들이 자연스럽게 기독교 문화를 보급하며, 기독교 사상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역의 현장에서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사역하기에, 날마다 주시는 은혜가 새롭다. 이런 놀라운 역동적인 사역을 하 수 있게 하시는 주님을 찬양한다.

서영희 목사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과, 한국성서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에서 선교학(Th.M)을 전공했다. 현재 법무부 지정 동포체류지원센터 대표. 서울출입국사무소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등으로 사역하며 한중사항교회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