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중국동포 2500명 참가한 '동포 잔치' 충북에서 열려

휴가 즐기며 스트레스 날려… "극진한 대접에 설움 풀렸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수련시설 보람원 안 축구장만 한 연못에서 빨간 구명조끼를 입은 중국동포들이 8명씩 짝을 지어 레저용 뗏목을 타고 물놀이를 즐겼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중국동포 박일현(52)씨는 "주인아주머니한테 이틀 휴가 내고 왔는데 오기를 참 잘했다. 태어나서 물놀이는 처음"이라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중국동포 2500여명이 이곳에서 1박2일 여름휴가를 즐겼다.

중국 조선족과 한족 체류자들을 위해 숙식과 법률·의료·취업 등 생활 전반을 돕고 있는 사단법인 '한중사랑'이 주최한 행사다.

2001년 첫 동포잔치 때는 중국동포가 21명밖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 뒤 입소문이 퍼지면서 10년째인 올해는 참가 인원이 2500여명으로 불었다.

▲ 지난달 31일 오후 충북 괴산군 수련시설 보람원 연못에서 중국 동포들이 레저용 뗏목을 타며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다. 국내 조선족 체류자 지원 단체인 한중사랑이 주최한‘제10회 동포잔치’에는 2500여명이 참가했다. /한중사랑 제공

이날 오전 7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한중사랑 사무실 앞에서 중국동포들이 탄 관광버스 50여대가 출발하자 경찰차 10여대가 버스 앞뒤에서 행렬을 경호했다.

노동일을 하는 김모(43)씨는 "한국 경찰만 보면 잘못한 게 없어도 단속에 걸릴까 봐 무서웠는데 오늘은 우리 안전을 지켜준다니 신기할 따름"이라며 창밖 경찰차를 내다봤다.

한중사랑 서영희(53) 목사는 "중국동포라는 이유로 한·중 양국에서 홀대받는 분들을 하루만이라도 제대로 대접하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인 보람원에서는 자원봉사자 150여명이 식사와 야식 '2500인분'을 준비하느라 종일 분주했다.

수박 400여통과 돼지고기 수육 약 900㎏을 썰어 일회용 접시에 나눠 담았고 야식용 옥수수 3500여개를 삶았다. 200L 대형 가마솥 9개는 쉴 새 없이 허연 수증기를 뿜었다.

쌀밥에 고기 반찬이 담긴 밥상을 받은 김복녀(54)씨는 "남 눈치 안 보고 밥 먹는 것도 오랜만"이라며 숟가락을 들었다.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되자 나장균(68)씨는 "무시당하고 살던 설움이 한꺼번에 풀리는 듯하다"며 트로트 '무조건'에 맞춰 어깨춤을 췄다.

나씨의 부인은 "조선족들은 광장에 모여 춤추는 문화가 있는데 한국에서도 다함께 춤추게 될 줄은 몰랐다"며 흥겹게 장단을 맞췄다.

1일 오후 3시 '동포노래자랑'을 끝으로 행사를 마친 중국동포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버스에 탔다.

7년 전 두만강을 건너온 유용녀(여)씨는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고향 사람들을 만났다"며 "이제 한국 생활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분녀(55)씨는 "간병인으로 일해 온 언니가 3년 체류기간이 만료돼 곧 연변에 돌아가는데 언제 볼지 모르는 우리 자매에게 좋은 추억이 됐다"며 언니 손을 꼭 잡고 버스에 올랐다.

괴산=양모듬 기자